'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25건

  1. 2023.09.18 230918 1

230918

2023. 9. 18. 15:11 from 카테고리 없음

상주 향유네 박종관 님이 돌아가셨다. 

10년 전쯤, 취재를 위해 댁에 찾아갔었다. 고속도로 출구를 놓쳐서 약속 시간 늦을까 조바심이 났는데, 다행히 시간 맞춰 갔고, 환대해 주셨다.

 

그 약속이라는 것이 댁에 좀 일찍 도착하면 우리와 동행하여 예배에 참석하기로 한 것이었어서, 나로서는 늦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고, 운전해 주던 남편의 마음은 순식간에 매우 불편해졌다. 남편은 전에 없이 과속을 했고, 약속에 늦지 않아 나는 다행이었지만 안전 운전만 하는 남편이 과속을 하면서 불편했을 마음에 나는 사과하지 못했다. 출구를 놓친 당신 잘못이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결자해지하시라. 뭐 그런 심정이었달까. 아마 돌아오는 길에 이에 관해 얘기했을 테고 사과도 했을지 모를 일인데 그래도 오늘 집에 가면 사과해야겠다.

 

무튼, 제때 도착했기에 겨우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인사를 나누며 남편에게도 미안하고 달뜬 내 마음도 민망했던 기억이 다시 올라온다. 

 

생명살림 농업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종교에 대한 고민도 깊으셨던, 진지한 분이되 실천을 위한 몸은 가벼우셨던, 그런 분으로 기억한다. 마을 공동체를 소중히 여겼고,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앞장서신 분이다. 페이스북에 올리신 발병 소식에 놀라고 덤덤하게 치료 소식을 가끔 올리셨지만, 이렇게 갑자기 부고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이 땅을 이롭게 하던 분들의 부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철렁, 마음이 내려 앉는다. 젊은 분들일수록 더욱. 그 가족들의 얼굴이 겹쳐 떠오르고, 그분의 삶이, 그 삶의 열매가 너무나 소중하기에 너무 이른 죽음이 애석하기만 하다. 

 

누군가의 죽음 자체가 반면교사가 될 수는 없다. 그분의 삶을 기리며 동시에 나의 가족을 내게 주어진 부르심을 생각하며 건강해야겠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나를 소중히 여기며 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겠다.

Posted by 맑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