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찾아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세상의 모든 사건들이 우리에게 찾아온다. 가만히 있는 내게 오는 듯 느껴진다. 그러나 세상 속 유기체로 살면서 내가 가만히 있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물론 나는 중국에 다녀오지 않았고, 그 전에 박쥐와 관련하여 어떤 개연성 있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숨 쉬고, 먹고 자고 쉬고 쇼핑하고 웹서핑하고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이동하고 여행하고 하는 모든 행위가 내가 세상 내적 존재임을, 유기체로 존재함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 준다.
이 세상에서 산다는 것, 무엇보다 직업을 갖고 산다는 것이, 지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여 사람이 죽고 아프고, 기후 위기로 이제는 이미 늦어 버렸다는 선언들이 터져 나오는 지금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결국 우리는 무로 돌아가잖아."
"스캇 펙 책 봤잖아. 그 책에서 묘사하는 걸 나는 믿어. 나는 우리가 영원한 영혼을 지닌 채 다시 만날 거라고 믿어."
"당신은 개혁주의 종말론을 믿는구나."
지금의 내 모습이 내세로 이어진다는 것을 나는 믿지 못하는 것일까. 오늘 내 삶의 의미를 물어온다면 나는 뭐라 답할 수 있을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