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어떤 무대에 함께 올랐던 친구를 오늘 처음으로 만났다.
그 시절에 우리는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했고
함께 모인 그룹 안에서 팀워크를 이루며 역동을 일궜지만
'친구'라는 이름으로 따로 우정 관계를 맺지는 않았다.
학교도 달랐고 그 무대는 일회성 프로젝트였기에 그 무대가 끝나고 우리는 흩어졌다.
내 기억에서 잊혔음은 물론이다.
그러다 작년에 아주 우연한 기회에 그 친구 소식을 전해들었고
나는 왠지 그 친구에게 연락을 해 보고 싶어졌다.
우리가 여전히 비슷한 바운더리 안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한번도 마주앉은 적이 없음에도 이질감보다 동질감을 느꼈던 듯하다.
그 친구는 내 이름을 듣고도 누구인지 모르겠다 했다.
정말 미안한데 사진을 보내달라 했다.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우리 사이가 정말 그 정도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친구는 기억 저장고에서 나를 기어이 찾아냈다.
우리는 짧지만 반갑게 통화를 했고,
시간이 흘러흘러 한번 만나자는 연락이 당도했고
오늘 드디어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20년간 한번도 하지 않았던 대화를 나누었다.
이 희한한(?) 만남 주변에 20년이 지나 알게 된 또다른 인연들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우리가 처음 대화를 나누면서도 너무나 편히 각자의 이야기를 열어 보인 것도 감사했다.
또다른 누군가를 이렇게 만날 수 있을지는 절대 알 수 없지만
매순간 내게 주어진 만남들을 소중히 대할 것과
내 삶의 방향을 주시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