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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8

2019. 11. 8. 18:07 from 카테고리 없음

치밀하고 광폭한 악의 속성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안다고 해서 이용당하지 않을 만큼 선의 속성을 지닌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괴롭고 짜증나고 열받는 일로 아름다운 한 주를 허망하게 보냈다. 회의를 거듭하면서 결국 자르 엘륄이 말했다던가, '비능력'을 시전해야 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차라리 욕이라도 실컷 하면 좋을 것을, 그조차 할 수 없어(안타깝게도 이 분야에서는 비능력이 아니라 무능력하다..) 한숨만 쉬었다. 

양심에 화인 맞은 인간들과 어쩌면 거의 처음으로 엮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세상 우울한 이야기들을 접할 때, 나는 나의 내적 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 뉴스들을 외면을 하는 것이 차라리 나에게 이롭지 않은가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 외면할 수 없는 나의 일이 되고 보니,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 이 일은 정확히는 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와 무관한 일도 아니다. 피해 당사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게 되었고, 그의 슬픔과 분노가 내게 전이된 듯하다. 

사실은 아무 일도 아니다. 그들이 한 일은 너무나 선명히 잘못되었다. 그리하여 내 주변에는 그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이가 전무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을 불구덩이에 집어넣고 명예를 실추시키고야 만, 인격을 모독하고야 만 그들의 악함이 우리에게 어떤 내상도 끼치지 않은 것이 아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는 아프고, 그를 지켜보는 나도 아프다. 하염없이 울고, 불안에 시달렸다는 그의 밤이 오늘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악은 치밀하고 광폭하다. 백번 양보하여, 저들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저들 또한 모른다고 한다면... 주님, 부디 저들을 사로잡은 악을 벌하여 주시기를 빕니다. 저들을 이용하여 한 사람과 그의 가족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악을 없애 주시기를 빕니다. 더불어 그 악에 기반하여 행동하는 이들이 그들의 무지와 그들의 죄를 부디 깨닫고 참회하기를 빕니다. 오직 주님으로부터 오는 위로를 받아 그의 밤이 매일매일 평안으로 가득차기를 빕니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밤이기를 빕니다. 아멘. 

 

Posted by 맑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