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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16. 19:38 from 카테고리 없음

어제 만난 친구가 내게 말했다. "넌 지금도 잘 살고 있어. 지금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다워." 고민의 숲을 이루며 살고 있는 내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내게, 지금 내가 최선으로 살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내게,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절대적 존재인 신의 메시지가 아닌, 나처럼 평범하고 보통인 인간 친구가 건네는 이 말이 오늘까지도 계속 생각이 난다.

나는 이상을 추구하며 스스로를 매우 가혹하게 평가하는, 요즘 읽고 있는 '에니어그램' 책의 설명을 차용하자면 1번, 곧 완벽주의자다. 누가 완벽할 수 있을까. 그러니 나는 나를 늘 박하게 평가한다. 그 평가는 때로 나를 움츠러들게 만들고, 앞서 누군가 안전하게 건넌 돌다리일지라도 또 두드리고 보기 때문에 느리다. 그러나 나는 누가 보든 일을 잘해야 한다고 나를 다그치기 때문에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은 나를 자신감 넘치는 사람으로 보고, 정확하면서도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되니 속도감 넘치는 사람으로 본다. 이건 일에 국한한 생각이고, 나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도 이와 비슷하다. 

문득, 완벽한 법무부 장관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여겼던 나의 기준을, 내게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순결한 어린양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내게 주어진 길을 기쁘게 걸어가는 것, 그 길에서 내게 주어진 능력으로 나와 타인을 동시에 기쁘게 하는 길을 고민할 테지만, 온 우주를 만족시킬 수 없고, 내 머릿속에서만 가능한 이상적 목표에도 도달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지난번 속초를 여행하며 겪은 흑에피소드와, 얼마전에 본 영화 <벌새>에 대한 감상까지... 요즘 나를 성찰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들이 제법 있다. 이 길이 지금 내게 필요한 길이라고 믿는다. 

Posted by 맑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