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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10. 19:33 from 카테고리 없음

글로 뵈어 오던 분을 만났다. 점심을 함께하기로 했는데, 늦으실 분 같지 않은데 늦으셔서 걱정하던 차에 다행히 반갑게 만났다. 한국에 잠시 들어오신 거라 휴대폰도 없이, 근방에서 30분을 헤매셨다 한다. 다른 이유로 늦은 것이 아닌 것도 그러하고,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글에서 느껴졌던 담백함과 따스함이 그대로 느껴져서 참 신기하고 감사했다.

 

사람을 오래 사귀다 보면, 그의 전혀 알 수 없었던 다른 모습, 보기 싫었던 모습도 보게 되겠지만, 일로 만나는 사이에서는 어쩌면 적당한 예의와 적당한 친절이면 그 이상은 필요하지 않을 수 있고, 내가 모르는 그의 단점까지 부러 알려고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나를 포함하여 누구에게나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 있지만, 그 면은 누구에게 보이고 말고를 떠나 그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그걸 망각하고 제 잘난 맛에 살지 않는 것이 분수를 아는 삶이려나. 나는 겸손한 사람이 좋다. 

 

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따뜻하게 입었을 때 포근함을 느낄 수 있어 나는 겨울을 좋아한다. 이 계절도 곧 올 계절도 내가 모두 좋아하는 계절이다. 다른 일로 심난하거나 괴로울 때, 지금 내가 이 계절에 살고 있음을 기억하자. 내게 가을의 볕과 코끝 시리게 만드는 겨울을 주신 이를 생각하자. 스산함이 나를 외롭게 하고, 쓸쓸함이 나를 고독으로 몰아갈 때, 그것 또한 사랑의 일종임을. 오늘은 그런 날이다. 스산하고 쓸쓸하여 그것이 곧 사랑이다 싶고 또한 더욱 사랑으로 가고 싶은 날. 

 

Posted by 맑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