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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4

2019. 9. 24. 19:00 from 카테고리 없음

가을로 왔다. 쓸쓸하고 외롭기로 작정하면 그 끝을 알 수 없는 가을. 오는 것이 계절인 듯하지만 내가 이 계절로 오고 싶어했다는 마음 숨길 수가 없어, 나는 내가 가을로 온 것 같다. 이 가을에는 어쩔 수 없이 김현승의 시가 생각난다. 가을에는 기도하고, 사랑하고,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내게 이런 시간이 주어질까 의문이지만 이 모든 것은 어쩌면 내가 쟁취해야 하는 것일지도. 

 

작정하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쓸쓸하고 외로워진 벗에게 안부를 묻는다. 그것으로 나의 기도와 사랑의 절반을 대신하고, 호올로 있는 이들과 따듯한 밥 한 끼 나누는 것으로 호올로 있는 시간의 절반을 채우려 한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바다를 보러 갈 것이다. 너무 깊어 때로 무서운 바다, 그러나 내게 다가올 땐 내 두 발 담그는 것 허락해 주는 바다, 그 바다를 바라보며 나머지 절반을 채워야지. 

Posted by 맑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