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15

2024. 2. 15. 21:29 from 카테고리 없음

진주홍 해가 막 모습을 감추기 시작할 때 자유로에 올랐다.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고단하다 못해 위태로운 내면을 감추고 일을 끝낸 후 멍한 상태였다. 

애써 하늘을 쳐다보려 하지 않는 것은, 
그런 상태일 때야말로 알 것 같기 때문이다. 
저 해가 말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진자 운동을 하듯, 나- 해는, 아침으로 왔다가 저녁으로 가고 있었다고. 

내가 고단할 때도, 위태로울 때도, 멍할 때도, 
언제나 한결같이 움직이는 이 우주적 질서는 
도저히 내가 따라잡을 수 없는 버거운 그 무엇이다.  
그 성실함은 해의 것이다. 

나는, 
나는 성실하려 애는 쓰지만 
아침 저녁으로 모서리의 날카로움과 허기진 구멍을 장착한 채.. 
버겁게 한 걸음을 겨우 옮길 수 있을 뿐이다. 
그 한 걸음에조차 소망이 없고 보람이 없어서 
어떤 의미도 부여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오늘의 진주홍 해는 가히 압도적이어서 
내 마음을 훔치고 자꾸만 나를 고꾸라뜨렸다.. 

오늘도 나는 아침으로 왔다가 저녁으로 가고 있다고. 
너도 너의 저녁으로 가서 잘 쉬라고, 
다 괜찮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오늘은 괜찮다고- 오늘 저녁은 괜찮을 거라고. 그렇게 말해주면서.... 
 

 

Posted by 맑은 :